풍력발전기·눈 덮인 초지…이국적 모습 연출

백두산-천왕봉 잇는 중간지점 '선자령' 지나

제9구간 대관령∼진고개(23.15㎞)

2008년 4월 19일 새벽 강원도 진부령에서 출발한 'S&T중공업 백두대간 종주팀'의 힘찬 발걸음이 212.27㎞에 이르렀다.

28일 대관령∼진고개 구간까지 모두 11개 구간을 10회 산행으로 진행했다. 1회 평균 산행거리 19.3㎞, 소백산 죽령∼배점리(21.3㎞)와 육십령∼중재(20.82㎞) 구간을 제외하면 모두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한 강원도 구간이다.

아직 29개 구간 575.73㎞를 남겨두고 있지만 종주팀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겸손한 자세로 한 걸음씩 나아가 오는 2011년 9월 13일 지리산 천왕봉 정상에서 788㎞의 대장정을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일념(一念)뿐이다.

대관령∼진고개 23.15㎞ 구간 산행은 'S&T중공업 글로벌 기(氣) UP 2009 설악 워크숍'과 병행해 진행됐다. 28일 오전 6시 10분 23명의 종주 팀원은 온통 눈(雪)으로 뒤덮인 대관령을 출발했다. 해발 800m가 넘는 고지대임에도 드넓은 초지 탓에 구릉지대를 연상케 했다.

풍력 발전기와 눈 덮인 초지의 광활한 모습은 이국적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산행 시작 1시간 남짓 오르자 선자령(仙子嶺)에 올랐다. 해발 1157m이지만 전혀 고지대임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평탄한 구릉지대였다.

이곳은 백두산∼천왕봉까지 1400㎞의 중간점으로 비석 뒤엔 한반도 지도와 함께 산경표에 기록된 백두대간 지도가 그려져 있다.

선자령에서 30분 정도면 해발 1127m의 곤신봉에 당도하지만 정상을 알리는 표지석을 찾아볼 수 없다. 차라리 1시간 남짓 더 가면 만나는 동해 전망대에서 휴식 겸 멀리 강릉과 동해를 조망하는 시간을 가지는 게 좋을 듯하다.

이틀 전 내린 많은 눈으로 정상적인 종주 길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매봉까지는 임도를 따라 걷는 것이 오히려 길을 잃지 않는다. 1173m의 매봉도 어느 곳이 정상인지 분간이 어렵고 임도 바로 곁에 한자로 된 매봉 표지석이 있다.

여기서 왼쪽으로 길을 잡으면 다시 돌아와야 한다. 매봉이라고 적힌 표지석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가다 초지를 따라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소황병산으로 오르는 길을 만날 수 있다.

눈으로 뒤덮인 초지 한가운데 혼자 외로이 서 있는 소나무가 종주팀을 반겼다. 구간 두 번째 높이의 봉우리인 소황병산(1328m)까지 15.6㎞는 비교적 순탄하다. 소황병산에서 구간 최고봉인 노인봉(1338m)까지 7.55㎞ 구간에서 종주 산행의 즐거움을 그나마 느낄 수 있다.

노인봉 산장을 거쳐 노인봉까지 마지막 힘이 필요하다. 특히, 눈이 내리거나 내린 눈이 쌓여 있을 때 진고개로 향하는 하산길은 미끄럼 사고가 잦다. 좀 귀찮더라도 아이젠을 착용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애초 예정시간보다 1시간가량 앞당겨 목적지인 진고개에 무사히 도착했다. 선두와 후미의 도착시각도 평소 산행과는 다르게 10여 분 남짓으로 아주 짧았다.

앞선 닭목령에서 삽당령 구간도 그랬지만 산행시간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 단련될수록 단단해지는 쇠붙이처럼 종주팀의 체력이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고 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눈의 상징인 대관령에서의 두 번에 걸친 산행은 모두 눈으로 시작해서 눈으로 마무리했다.